미니멀리스트가 되고싶다. 당근거래

주머니사정과 공간적 허용이 가능한 선에서 늘 꾸준히 뭔가를 사모았었다.
무절제한 맥시멀리스트까진 아니었지만 귀엽고 아기자기한 예쁜 쓰레기를 좋아했고
있으면 언젠간 쓰겠지 하며 모아둔 물건들이 어느 순간부터 선반에 꽉꽉 들어차 먼지만 쌓여가는게 꼴보기 싫어졌다.
미니멀리스트가 되려는 시도를 해보긴 했었다.
예전에… 자취를 막 시작했을때 어릴때 갖고놀던 물건들을 대대적으로 버렸다.
그런데 몇년 뒤,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그때 그 물건들이 다시 핫템이 되버린거다…
빨간 줄무늬후드와 청바지를 입은 꼬질꼬질 곰돌이 키링… (그의 이름은 모모였다…)
엠알케이와 미스터케이 입체편지지 모음, 오리지날 텔레토비 인형, 털이 부들부들한 정품 미키&미니마우스 인형, 문방구에서 삼천원에 샀던 다마고치, 핑크색 폴더폰 같은 것들…
사실 지금까지 갖고 있었다 한들 박스에 담겨 일년에 한번 대청소 할때나 꺼내볼 쓸모없는 물건인건 똑같을텐데 왜이렇게 아쉬운건지.
그 뒤로 나중에 또 후회하게 될까봐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미련집착병에 걸렸다.
유일하게 남은 물건마저 버리면 순수했던 내 추억까지 버려지는것 같아서.
그런데 요즘들어 가치관이 신기한 방향으로 변화했다.
백수라서 그런건지 나이를 먹어서 그런건지, 무지출무소유의 삶을 반강제적으로 살다보니 물건에 대한 집착이 서서히 옅어졌다.
다시한번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며 최근에 당근이랑 번개장터에 이것저것 많이 내놨다.
제일 인기있고 빨리 팔린 물건은 스키즈 굿즈였다.
파일럿 팬미팅 굿즈였는데 어차피 팬미팅은 해마다 계속 할테니 버전별로 모으기로 하고 소장용만 남겨놓고 시세보다 싸게 내놨다.
씨유와 지에스 편의점이 집 근처에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하루만에 다 팔렸기 때문이다. (낄낄)
당근으로는 이케아 둑티그와 의자와 베드테이블을 팔았다.
감감무소식이길래 헐값으로 가격을 내리니 드디어 팔렸다.
둑티그는 내또래로 보이는 애기엄마였는데 품에 애기를 안고 온거다. (엉엉 ㅠㅠ 작고 귀여워…)
기분이 몽글몽글 묘했다.
얼마전에 친구네 애기를 보고와서 그런가. 역시 내가 가지고 있을 물건은 아니구나 싶기도 했고…
잘 팔았다! 애기야 잘 갖고 놀으렴…
1층까지 들어드린다고 했는데 한사코 괜찮다며 잘 가져가셨다. 완죤 쿨거래.
배드테이블은 문고리거래였는데 최근에 택배도둑이 기승을 부려서 누가 가져갈까봐 걱정돼서 혼났다. 잘 가저가셨다. 쿨거래!
마지막 거래였던 의자는 낫쿨거래가 될뻔했다.
발받침대에 고정나사가 있는줄 모르고 팔았는데 알고보니 원래 있어야 했던거다.
젠장~ 그래도 부품 따로사서 쓰면 될것 같다고 비용반반으로 해서 마무리 됐다.
중고거래는 살때나 팔때나 채팅하는게 제일 스트레스다.
걍 버릴까 싶다가도… 멀쩡한 물건인데 이왕이면 필요한 사람한테 가면 좋은게 좋은거지!
무엇보다 꽁돈생기니까 좋긴 좋다.
집이 아주조금 넓어진것도 좋다.
아무래도 가구 두개가 없어졌으니… ㅎㅎㅎ
이제 후련해.
앞으로는 소비를 좀더 까다롭게 해서 당근할일을 없게 해야겠다.
여전히 처리해버리고 싶은 물건들이 있지만 다 안고 가야지 뭐.
안쓰는 물건을 위한 박스를 하나 장만해야겠다.
‘오늘 당장 갖다 버려도 두번다시 생각나지 않을것 같은 물건들’만 거기에 모아서 나중에 한번에 버려야겠다.
미니멀을 꿈꾸는 이성과 여전히 작고 귀여운것을 포기 못하는 맥시멀의 감성이 충돌해서 이도저도 아닌 집이 된것 같지만 대청소는 계속 된다 -
나의 추구미: 해시태그무인양품, 해시태그이케아 쇼룸같은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