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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백수일기

1. 백수, 한 번 해보겠습니다.

섬섬옥수씨 2021. 5. 5.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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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퇴사를 하다

2n살, 직장인 3년 차 연봉협상과 대리 진급을 앞두고 퇴사하다. 인생 처음으로 ‘자발적’ 퇴사를 했다. ‘자발적’ 퇴사를 강조하는 이유는 퇴사가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첫 회사생활은 2017년 11월 말에 시작되었다. 그다음 해 3월 회사가 망했고(4대 보험 180일을 채우지 못해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한 게 한이지만) 운 좋게 다음 회사로 바로 이직하게 되었다. 첫 회사에서 쓰던 캐릭터가 그려진 마우스패드가 두 번째 회사에서 만든 사은품이었다는 사실에 이것은 운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운명’이라며 특별한 인생을 살게 될 거라는 헛된 꿈에 잠겨 한 해를 보냈다. 늘 새로운 경험, 새로운 실수를 반복하며 성장하는 게 느껴지던 1년 동안에는 시간이 참 빨리 갔다. 2년 차부터는 여느 신입 초년생들처럼 점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단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불편하지만 참을만했던 게 불만으로 바뀌었고 몇몇 직원이 퇴사하고 새로 들어오면서 회사에 대한 그 불만들이 또렷해졌다. 경력직 직원들이었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과 비교하여 불만을 토로하니 나도 더 크게 동조하게 되었다. “2년만 채우고 환승 이직 해”, “여기서 더 있어봤자 시간 낭비야. 여긴 계속 성장할 수가 없는 곳이야” 2년 채우고 시원하게 퇴사해서 유럽여행도 장기로 한 두 달 가보고, 못했던 취미도 다시 하고, 푹 쉬었다가 준비 철저하게 해서 좋은 회사로 가려고 했었다. 그때부터 마음속에 사직서를 품고 다녔던 것 같다. 근데 코로나가 터져버렸다. 그렇게 여행도 퇴사도 모든 계획들을 잠시 미뤄두었고 어물쩡하다가 3년 차가 되었다. 3년 차 때는 살고 있는 집 계약 종료일이 다가와서 어차피 다닐 거 중소기업청년대출을 받아 월세 탈출을 하려고 했었다. 월세 탈출을 하면 퇴사하고 나서도 숨만 쉬는 비용이 크게 줄어들 테니까, 잘 됐지!(응 매물 없어~) 휘황찬란하게 서류를 준비했지만 조건에 맞는 집은 당연히 없었고 계약기간은 점점 다가왔기에 빠르게 포기했다. 그렇게 3년을 꽉 채우고 올해 4년 차가 되었다. 관리직원의 귀띔에 의하면 연봉협상은 기대하지 말라고 하더이다. 그래도 대리는 달고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 퇴사를 마음먹은 두 달 전 이곳저곳에 자문을 구해봤다. 반응은 반으로 나뉘었고 나는 진급을 포기하기는 선택을 했다. 더 버티면 버틸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이라도 더 일찍 못 나온 게 후회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마지막 한 달 차에 비로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작업했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선택을 하고, 결과가 어떻든 다 피가 되고 살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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