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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일기

혼자 망원한강공원, 물멍타임

섬섬옥수씨 2022. 10. 1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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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날씨가 좋았다.
이렇게 화창한 날에 집에만 있는건 죄악이라고!
-는 사실 미용실 예약해버려서 어쩔수 없이 밖에 나감.
그래도 머리하고 그냥 집 갈까 하다가
이대로 또, 그냥 아무것도 안 하면 크게 후회할것 같아서 한강공원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연신내에서 6호선을 타고 망원까지 한번에 갔다.
(한번에 가는게 중요하다. 갈아타고 뭐 하는 순간 귀찮고 힘들어진다)
망원역에서는 마을버스를 타도 되는데 날씨가 좋으니까 걸어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시장이 쭉 있고 골목 사이로 핫플레이스가 많은것 같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공원만 가기는 아까워서 빵집도 가고 음료도 사마셨다.

결정적으로 포기할뻔 했던 포인트가 두가지 있었는데, 첫번째는 빵이 크림듬뿍 든 크림빵이어서 겁나게 무거운거다. 족히 1키로는 넘었을것 같다. 그리고 너무 더웠다. 21도는 얇은 맨투맨만 입어도 더운 날씨였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휴…

어글리베이커리

아! 빵집 외관이 되게 귀여웠는데 사진을 안찍었다.
영수증도 받을걸 그랬다.
이것저것 욕심껏 샀더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
먹어보면 알겠지…
사실 빵집 들렀다가 나와서는 또 반대로 걸어가버려서 역 근처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갔다.
진짜 그냥 집에 갈까 싶었음.

계획에 없었던 망고쥬스

빽다방 가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모른채 반대방향으로 걷다가 길 헤매서 어버버 하다가 망고쥬스 팔길래 테이크아웃해서 나오니까 옆에 빽다방 있었다… 오…
오히려 좋아.
진짜 망고 갈은 주스여서 인위적인 신맛도 안나고 모처럼 과일섭취해서 좋았다.
가격도 3800원에 양도 많아서 걸어가는 내내 든든하게 마셨다.
좋았다.

내가 생각했던 잔디밭이 안나온다.

내가 가는 이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내가 생각했던 잔디밭이 안나오는거다.
물과 맞닿은 드넓은 잔디밭말이다.
그냥 중간에 걷다가 운동장 옆 벤치에 앉았다.

물내음이 좋구나

깊이가 가늠되지 않는 저 웅장한 물살을 가까이 보고싶어서 고로케 두개 먹고(망원시장길 따라 걷다가 고로케도 샀었음ㅋㅋ) 음료도 다 마시고
최대한 손을 가볍게 해서 다시 걸음을 뗐다.

이거지. 일렁이는 윤슬

멋진 윤슬사진을 건지고 눈이 멀어버릴것 같은 고통을 얻었다.
햇빛이 정면으로 쬐는데 그늘이 없어서 그냥 눈을 반쯤 감았다.
공원 메인구역으로 가면 잔디도 있고 벤치도 있긴한데 사람 없는 곳에 있고 싶어서 그냥 시각을 포기했다.
해질때까지 있고 싶었는데(사실 그냥 집가기 귀찮았음) 피곤하기도 하고 퇴근시간 겹치면 지옥철이라 다섯시에 집갔다.

실제로는 상당한 역광이었다.

상당한 역광이었다. 앞이 잘 안보였는데 아무튼 예뻤음.
일렁이는 물에 반짝이는 햇빛이 정말로 반짝이는데, 반짝반짝. 아름답게 반짝.
하품을 해서 맺힌 눈물이 꼭 감동해서 흘리는 눈물같았다.

축축한 빨래같은 한주를 보냈다.

망원역의 시 한편이 오늘의 나 같았다.
제목이 늦잠이라니 이거 완전 내 시인듯.
바짝 건조되고 싶어서 한강까지 간 내 마음까지 완벽하게 나를 대변해주는 시다.
요즘, 요즘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오래된 내 마음상태는 늘 축축하게 처져있는 빨래같이 늘어져 있었다.
무기력하고 피곤하고 무미건조한.
오늘 이렇게 무기력한거 이겨내서 리프레시가 많이 됐다.

전에 망원한강공원에 한번 가봤는데 가는 길이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다.
그 후로 길찾기 귀찮아서 안 갔다.
오늘도 공원 가는길하고 집가는 길 하고 다른 루트로 갔다.
왔던길을 절대 되돌아갈수 없는 병에 걸린것 같다.
그래도 오늘은 왠지 쉽게 길을 찾은것 같다.
덥지 않았다면, 짐이 무겁지 않았다면, 옷을 좀만 더 힙하게 입었었다면
마음의 여유가 조금 더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졸립고 피곤하고 담요덮고 소파에 누워서 노곤노곤한 지금이 최고야…